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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과 집 이사 석관동으로 이사를 왔다. 통학을 위해 지하철에서 1시간 20분을 보낼 자신이 없었고 부모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하며 내 삶을 일궈보고도 싶었다. 부동산 어플을 며칠 들여다본 끝에 마음에 드는 원룸을 찾았다. 인기가 많은 집이라는 부동산 주인의 말에 바로 계약금을 넣고 전세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급하게 계약을 한 탓인지 이주한 뒤에야 몇 가지 문제들이 발견됐다. 우선 침대 프레임이 몹시 덜컹거렸고 매트리스에서는 꿉꿉한 냄새가 났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곳곳에 결로가 생기기도 했다. 이 결로가 매트리스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의 원인인 것 같았다.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이 있었다. 남색 잉크가 화장실 앞과 침대 아래 바닥 곳곳에 찍혀 있었다. 파이프나 작은 가구 아래 묻어있던 물감이 바닥으로 옮겨..
‘유령의 집’으로 돌곶이를 상상하기 – 지역과 역사와 괴담 한예종 캠퍼스와 그 주변의 석관동 일대에는 공기처럼 주변을 떠다니는 하나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괴담의 분위기이다. 석관동 주택단지 곳곳에는 무당들의 적기와 백기가 걸려있고, 천장산에는 오래된 철조망과 부서진 콘크리트 계단, 이제는 쓰이지 않는 경계초소가 버려져 있다. 왕의 무덤이라는 문화재 앞에는 ‘옛 중앙정보부 자리’라는 푯말이 땅에 박혀 있으며 (그 중앙정보부였던)학교의 옛 건물들과 (그 이름부터가 괴담인)음지못에는 목격담의 형태를 띠는 괴담들이 역사의 잔여물처럼 쌓여있다. 누적된 괴담은 씻겨 사라지지 않고 택시 기사가 승객에게 건네는 농담, 블로그의 기담 모음집 등을 통해 재생산/유지되며 그 수명을 연장한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황량하고 차가운 캠퍼스의 공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한예종-돌곶이의 장소성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일대에 위치해 있다. 재학생들은 돌곶이라고도 많이들 부른다. 돌곶이라는 지명의 어원은 재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돌곶이역 7번 출구와 8번 출구 사이에 위치한 돌곶이 유래비에서 알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돌곶이”란 말은 이 곳 지형이 돌을 꼬치에 꿰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북한산에서 남동쪽으로 뻗어내린 오패산의 한 지맥이 높이 141m의 천장산을 이루는데, 그 동쪽 지맥은 조선왕조 20대 경종(1720~1724)의 왕릉인 의릉을 감싸고 있다. 이 천장산의 지맥에는 검정돌들이 박혀있고 그 모양이 마치 수수밭떡이나 경단을 꼬치에 꿰어놓은 형국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돌곶이” 마을이라 부르게 되었고, 뒤에 이..